바이오스펙테이터 정지윤 기자
▲메흐메트 오즈(Mehmet OZ) 메디케어 관리자(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obert F. Kennedy Jr.)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미국 정부의 약가인하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약가인하를 위한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 시행으로 일부 처방약의 약가는 거의 즉시 59~90%까지 인하될 것”이라며 “유럽과 동일한 가격으로 지불할 것”으로 최혜국(most favored nation, MFN) 대우 정책을 통해 처방약의 약가를 선진국의 최저가와 동일한 수준으로 낮출 것을 강조했다.
그는 관련 기자회견에서 “미국 환자는 전세계 환자의 4%에 불과하지만 현재 제약사들은 대부분의 수익을 미국에서 창출해내고 있다”며 “이는 좋은 현상은 아니다(That’s not a good thing)”라고 현재의 이같은 수익구조를 비판했다.
이번 행정명령의 주요사항은 미국 보건복지부(HHS)가 30일내에 대상 약물을 조사하고 목표 약가(price target)를 설정하고, 제약사는 180일동안 해당 내용과 관련해 HHS와 협상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추가적으로 이번 행정명령과 관련해 제약사들의 적절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규칙제정(rulemaking)과 강제조치를 시행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다만 이번 행정명령에서 약가인하 조치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세부사항이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우려했던 것보다 괜찮다(better than feared)’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또한 최혜국(MFN) 대우 정책 시행에는 법적 문제가 얽혀있어 계획한 것처럼 빠른 시간내에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행정명령에 대해 업계내 변호사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훨씬 뛰어넘었다”고 말했으며 로렌스 고스틴(Lawrence Gostin) 조지타운 로스쿨 보건법 교수는 “기업들에 약가 인하를 강제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경우 소송이 쇄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최혜국(MFN) 약가인하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 1기 집권 때인 지난 2020년에도 시도했으나 법적 공방에서 결국 시행이 중단된 정책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메디케어(Medicare) PartB 처방프로그램에 해당하는 고가의 주사제 약물에 대해 다른 선진국에서 지불하는 최저 가격을 기준으로 약가를 책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연방법원에서는 다른 국가의 가격을 기준으로 미국 약가를 결정하는 것은 의회가 허용한 범위를 벗어나며, 해당 정책이 행정절차법(administrative procedure act, APA)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규제시행을 중단하는 명령을 내렸다.
또한 이번 행정명령은 초기 시행에서 브랜드 의약품(branded drugs)에 초점될 것이라는 의견, 장기적인 가격 개혁을 위해서는 의회의 법안 마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메디케어(Medicare)에 적용되는 의약품만 대상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다만 백악관 관계자에 따르면 특정 의약품이 면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 자리에서 미국에서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는 약물로 유방암, 비만, 천식 등의 치료제를 예시로 들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약가인하 정책의 일환으로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에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를 거치지 않고 제약사가 환자에게 직접 판매를 촉진하도록 지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유명한 중개인(middlemen)을 완전히 배제할 것”이라며 “아무도 그 중개인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우리는 25년동안 중개인이라는 용어를 들어왔고, 부자라는 것만 안다”라며 PBM 등 중간유통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또한 미국무역대표(USTR)와 상무부(Department of Commerce)에는 유럽연합 등 다른 나라가 의도적이며 불공정하게 약값을 시장가격보다 낮춰 미국내 약가 급등을 일으키는 관행에 관여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