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난소암 치료제에서 첫 항체-약물접합체(ADC)가 국내 시판허가를 받았다.
한국애브비(AbbVie Korea)는 지난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FRα ADC 치료제 ‘엘라히어™(성분명 미르베툭시맙 소라브탄신)’가 이전에 1~3회의 전신요법을 받은 적이 있고, FRα 양성이면서 백금기반 화학요법에 저항성이 있는 난소암에서 단독요법으로 허가받았다고 23일 밝혔다. 엘라히어는 튜불린 저해 기전의 DM4 페이로드(paylaod)를 적용하고, 약물항체비율(DAR)은 3.4다.
엘라히어는 앞서 2022년 11월 미국 FDA로부터 신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을 받은 이후, 지난해 3월 전체생존기간(OS) 이점에 근거해 정식승인으로 전환된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올해 1월 치료옵션이 제한적인 난소암 영역에서 OS 이점을 인정받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바 있다.
난소암은 난소와 주변 나팔관, 복막 등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초기 특별한 증상이 없고, 효과적인 조기 검진법도 부재해, 10명 중 7명은 암이 진행된 3기 이상으로 진단된다. 진행성 난소암 환자의 1차 치료는 수술과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첫 치료 후 70%의 환자가 재발을 경험하며, 치료를 반복할수록 백금계 약물에 내성이 생긴다. 이에 5명 중 1명은 백금기반 치료 후 6개월 내 재발하는 백금저항성 난소암으로 악화된다. 백금저항성난소암 환자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치료로 전신 상태가 취약한 경우가 많다.
엘라히어는 FRα 양성 난소암 치료제로 첫 시판허가받은 약물로, 백금저항성 난소암에서 10여년만에 등장한 새로운 기전의 신약이다. 로슈진단의 동반진단검사(VENTANA FOLR1 (FOLR1-2.1) RxDx Assay)를 통해 종양세포에서 FRα를 75% 이상 발현(세포막 염색강도 2+)하는 양성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하고, 전체 난소암 환자의 35~40%가 해당된다.
이번 시판허가에 근거가 된 MIRASOL 임상3상에서 FRα 양성 백금저항성 난소암 환자에게 엘라히어를 투여하자 표준요법인 화학항암제를 투여받은 환자 대비 질병진행 또는 사망위험을 35% 낮췄다(PFS HR 0.65, 95% CI 0.521~0.808, p<0.0001). 무진행생존기간(PFS) 중간값은 엘라히어 5.62개월로, 대조군 3.98개월 대비 개선됐다.
또한 엘라히어는 표준요법 대비 환자의 사망위험을 33% 낮췄다(OS HR 0.67, 95% CI 0.504~0.885, p=0.0046). 엘러히어 투여시 OS 중간값은 16.46개월이고, 대조군은 12.75개월로 도출됐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은 FRα 양성 백금저항성난소암 치료로 엘라히어를 선호요법(preferred regimen)이자 카테고리 1(category 1)으로 권고하고 있다. 국내 대한부인종양학회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장 높은 근거수준(level I)과 권고등급(grade A)으로 엘라히어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김재원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백금저항성난소암은 치료 선택지가 현저히 부족해 혁신적인 치료제가 절실한 상황이었다”며 “이번 엘라히어의 허가는 백금저항성난소암 치료에서 약 10년만에 이루어진 진전이다. FRα 양성 환자에서 PFS와 OS 개선을 보였고,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대조군과의 OS 곡선차이가 점차 벌어지며, 치료효과가 장기간 지속된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엘라히어는 백금저항성 환자 대상으로 국내에서 처음 허가되는 바이오마커 기반의 ADC 약물”이라며 “FRα 발현율은 진단부터 재발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편이다. 백금저항성으로 진행시 환자가 신속하게 후속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초의 난소암 조직 진단시 동반진단검사를 통하여 FRα 양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