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9일(현지시간) 의약품 비용절감을 위해 바이오시밀러를 ‘제네릭화’하기 위한, 규제를 간소화하기 위한 가이던스 초안을 발표했다. FDA는 바이오시밀러 개발과정을 제네릭과 유사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FDA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효능을 비교하는 ‘불필요한’ 임상3상을 요구하지 않을 계획이고, 개발사가 더 빠르게 저렴하게 바이오시밀러를 시장에 출시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마티 마커리(Marty Makary) FDA 국장은 발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사가 제품당 1억달러의 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개발 기간은 절반으로 단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의약품 개발사와의 계약관행, 특허, 리베이트, 개발비용 등의 이슈가 복잡하게 얽매이면서 사실상 의약품 비용부담을 낮추지 못하고 있다.
FDA가 제시한 수치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은 미국내 처방되는 의약품의 5%에 불과하지만, 2024년 기준 전체 의약품 지출의 51%를 차지한다. 그러나 FDA가 승인한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20% 이하로 낮게 유지되고 있고, 현재 나온 76개 바이오시밀러는 승인된 바이오의약품의 극히 일부라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제네릭 의약품 수는 3만개가 넘고, 승인된 오리지널 제품 수를 넘어선다. FDA는 향후 10년내 특허가 만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오의약품 가운데 10%만이 현재 바이오시밀러로 개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단 마커리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더 많은 경쟁과 더 많은 선택의 폭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여년간 76개 제품이 승인됐는데, 200개 또는 300개였어야 했다”며 “이번 개혁으로 출시까지 5년 내지 8년이 걸리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FDA는 이번에 4페이지 분량의 초안을 발표하면서 바이오시밀러 효능 비교 연구에 대해 “진화하고 있다”며 “FDA는 생물학적 동등성을 뒷받침하는 비교분석 및 임상시험을 평가하는데 상당한 경험을 축적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초안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가 유전적으로 기존 제품과 동일한(homogeneous) 클론 세포주(clonal cell line)에서 제작되고, 분석연구에서 특성이 잘 규명되고, 약동학적(PK) 연구가 실행가능하고 임상적 연관성이 있는 경우 간소화된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제시됐는데, 브라이언 스코니(Brian Skorney) 애널리스트는 개인 SNS에 “이 조치가 얼마만큼 큰 영향을 미칠지는 꽤 회의적”이라며 “지난 7년 동안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규제 관료주의 때문에 제한된 것이 아니다”라고 코멘트했다. 실제 애브비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대거 출시된 이후에도 공고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스코니는 “이는 특허법 때문”이라며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들어가는 고정비용을 줄이는 것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이러한 규제변화가 실질적인 병목현상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마커리 국장은 바이오시밀러 상호교환성(interchangeable) 지정을 폐지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모든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의약품과 교차처방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야 하는 시각이다. 바이오시밀러 교차처방 지정은 약국수준에서 오리지널의약품을 바이오시밀러로 처방할 수 있도록 부여하지만, 실질적으로 시장에서 차별화 요소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로버트 케네디(Robert F. Kennedy)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은 “바이오시밀러 개혁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하는 미국인의 약가를 인하하려는 지시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