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이주연 기자
차바이오텍(CHA Biotech) 계열사 차백신연구소(CHA Vaccine Institute)는 자체개발한 면역증강제 ‘리포-팜(Lipo-pam™)’이 국제기구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s, CEPI)에서 구축한 ‘백신 면역증강제 라이브러리(Adjuvant Library)’에 등재됐다고 17일 밝혔다.
차백신연구소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면역증강제 플랫폼 기술을 가지고 있다. 차백신연구소의 리포-팜과 '엘-팜포(L-pampo™)’는 TLR2·3 기반 면역증강제로, 면역세포 활성을 극대화해서 백신을 비롯한 다양한 면역치료제의 효과를 높이는 데 활용된다. 차백신연구소는 면역증강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B형간염 백신, 대상포진 예방백신 등의 임상1상 및 임상2상을 완료한 바 있다.
CEPI는 지난 2017년 감염병과 팬데믹의 위협에 대응해 신속한 백신개발을 목표로 다보스포럼에서 출범한 글로벌 파트너십이다. 게이츠 재단(Gates Foundation), 웰컴 트러스트(Wellcome Trust) 등 글로벌 재단과 대한민국∙노르웨이∙영국∙독일∙일본∙캐나다 등 각국 정부가 재정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CEPI는 이번 라이브러리에 등재될 면역증강제를 선정하기 위해 ▲개발단계 ▲다양한 종류와 특성을 가진 면역증강제 구성 ▲중저소득국(Low-Middle Income Countries, LMICs) 공급을 고려한 대규모 생산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차백신연구소는 그 결과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중국, 덴마크, 인도 등의 글로벌 다국적 기업, 정부기관, 바이오텍을 포함한 총 14개 기관이 최종 선정됐으며, 한국에서는 차백신연구소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CEPI는 지난 2022년부터 ‘100일 미션(100 Days Mission)’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100일 미션은 팬데믹을 유발할 수 있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할 경우, 100일 이내에 신규 백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CEPI는 백신 후보물질, 플랫폼, 면역증강제 등을 사전에 확보해 위기 발생 시 즉각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글로벌 인프라를 준비 중이다.
차백신연구소는 면역증강제 라이브러리가 인프라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면역증강제 라이브러리는 25종의 엄선된 면역증강제로 구성됐으며 CEPI가 지원하는 백신개발 기관에게 제공된다. 백신 후보물질과 면역증강제 간 최적의 조합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도록 하는 ‘매칭 플랫폼’ 역할을 하며, 궁극적으로 차기 팬데믹 상황에 필요한 백신개발 속도를 단축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라이브러리는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이 운영을 맡는다.
이번 등재를 계기로 CEPI 지원기관은 리포-팜을 비롯한 면역증강제를 백신 후보물질과 조합해 전임상 단계에서 효능을 평가하게 된다. 이후 개발자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임상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차백신연구소는 이번 성과를 토대로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기술이전 기회 확보 ▲팬데믹 대응역량 강화 등을 기대한다. 또한 보유한 면역증강 플랫폼을 바탕으로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백신, 항암 백신, 코로나·인플루엔자 혼합 백신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 개발을 모색하며, 글로벌 백신 네트워크에서의 전략적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한성일 차백신연구소 대표는 "이번 등재는 리포-팜의 우수성과 잠재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의미있는 성과”라며 “전세계 백신개발 기업들과 활발하게 협력하고 논의해, 리포-팜이 새로운 팬데믹에 대응하는 면역증강제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처드 해쳇(Richard Hatchett) CEPI 대표는 “면역증강제는 지난 한세기동안 백신의 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여온 핵심요소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서는 공급한계로 인해 ‘효과적인 조합’이 아닌 ‘이용 가능한 조합’에 의존해야하는 제약이 있었다”며 “이번 라이브러리 구축은 다양한 면역증강제와 백신을 신속하게 매칭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향후 팬데믹 대응속도를 크게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