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최근 몇년째 가장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동력은 단연 ‘중국’으로, 거의 매일 아침마다 중국 바이오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 있다. 이는 수치적으로도 다가오고 있는데, 올해 1분기 글로벌 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2%까지 확대됐다. 중국 딜 움직임이 시작되지 않았던 지난 2022년 5%와 비교하면, 무서운 속도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회 자문기관인 신흥 바이오기술 국가안보위원회(NSCEB)에서조차 생명과학 분야의 우위를 중국에 뺏길 우려가 있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3년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피력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정치적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불확실성과 팽팽한 긴장감이 엉킨 복잡한 형세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위협이 국내 업계에 ‘위기인지 기회인지’ 제약·바이오 CEO 79명에게 물었고, 35명(45%)이 ‘위기’, 32명(41%)이 ‘기회’라고 답했다. 취재 과정에서 깊어지는 중국에 대한 고민을 묻고자 했기에, 예상외로(?) 위기이자 기회를 보는 의견이 반반 갈리는 결과가 도출되면서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또한 무려 11명(14%)이나 ‘모르겠다’로 답하면서, 아직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는 인상도 받았다. 이어 중국 움직임에 따른 내부 전략변화가 있는지에 대해 3분의1이 ‘있다’고 답했고, 나머지 3분의2는 ‘없다’고 답했다. 미국 바이오텍은 거시경제의 자금 압박 속에서 중국과의 경쟁을 의식해 전략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었기에, 또다시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같은 국내 현상을 이해해보고자 했다. 이제는 빅파마가 중국 에셋을 수억달러 규모의 계약금을 주고 사들이면서 더이상 ‘차이나 디스카운드(discount)가 아닌 프리미엄(premium)’이 붙은 비싼 가격에 딜이 일어나는 반면, 국내와 중국 바이오 기업의 라이선스딜 움직임은 3~4년전과 비교해 크게 변화가 없다. 실제 국내 CEO에게 중국 기업과의 파트너십 여부를 묻는 질문에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한 3분의1 기업의 상당 부분은, 최근 중국발 붐이 일어나기 전 라이선스아웃(L/O)을 했거나 중국 CDMO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은 경우에 국한됐다.
즉 국내는 아직까지 바다(?) 건너에서 중국을 보고 있는 것이고,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영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이 들었다. 중국과의 파트너십을 묻는 질문에서 아직 협업중은 아니지만 ‘고려하고 있다’가 3분의1을 차지했고, 실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답변은 2표(2.5%)에 그쳤다. 중국에 대한 글로벌과 국내 움직임 사이 온도차를 이해하기 위해, 중국발 붐이 일어나고 있는 이면을 들여다보고자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해해보고자 했다. 국내 업계의 시선이 미국-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측면에 지나치게 집중되면서, 어쩌면 정확한 진단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에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