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서일 기자
국내 바이오·제약기업 CEO의 36.7%가 2025~2026년 인력채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답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입 상황에서 바이오제약업계는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아 호황기를 누렸는데, 당시 2021년에 실시한 CEO 설문에서 인력채용 확대 응답은 65.3%에 달했다. 이후 2022년 37.7%로 급격하고 떨어졌으며, 2023년 29.6%까지 감소했고, 2024년에는 30.1%로 보합수준에서 머물렀다가 이번 설문에서 본격적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채용을 축소하겠다는 답변도 2021년 5.5%에서 2022년 20.3%, 2023년 29.6%로 늘어났다가 2024년 19.2%로 줄어들더니 이번에도 17.7%로 감소했다.
인력난에 대한 CEO들의 체감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인력에 대한 갈증이 있는 업계의 속성상 인력난 체감에 대한 CEO 응답은 2021년 96.4%, 2022년 95.7%, 2023년 88.7%, 2024년 78.1%에 이어 올해에는 전년대비 12.3%p 감소한 65.8%(52/79)를 기록했다.
최근 수년간 지속된 바이오업계의 침체속에서 인력감축을 비롯한 구조조정, 폐업이 속출하면서 신약개발 인력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채용시장에 나오면서 업계 내부에서 충원이 가능한 인력 풀(pool)이 풍부해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바이오업계에 대한 투자경색으로 자금이 돌지 않으면서 인력난에 대한 체감이 떨어진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력을 구하기 힘든 포지션에 대해서는 사업개발(BD)이 35.4%(28/79)로 1위를 차지했고, 임상개발 26.6%, 연구개발 19%로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회사의 규모나 상장여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비상장 바이오텍은 BD가 41%(16/39)로 가장 많았지만, 대기업 및 제약사는 연구개발 인력이 35.3%(6/17)로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였다. 상장 바이오텍은 BD와 임상개발 인력이 각각 39.1%, 34.8%를 차지했다.
기업의 규모나 연구개발 성숙도에 따라 필요로 하는 인력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상장 바이오텍의 경우 생존과 상장조건을 맞추기 위한 파이프라인의 라이선스아웃(L/O) 딜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글로벌 BD에 대한 수요가 높았고, 상장 바이오텍의 경우에는 임상의 진전을 위해 임상개발 인력에 대한 수요가 더 높아졌다. 대기업 계열이나 제약사의 경우에는 연구인력에 대한 갈증이 가장 컸다.
바이오스펙테이터(BioSpectator)가 15일 창간 9주년을 맞아 제약·바이오기업 CEO 79명을 대상으로 '2025~2026년 채용 계획 및 인력난 체감'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 대형 제약사의 경우 주로 R&D 총괄(R&D head)이 설문에 참여했다. 설문에 참여한 79개 기업 중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 대기업 계열과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제약사를 제외한 기업들을 바이오텍으로 분류해 세부적으로 분석해봤다.
▲[설문결과] 2025-2026년 채용계획 응답
바이오제약 기업 CEO의 36.7%(29/79)가 인력채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지난해와 같이 채용계획을 유지하겠다는 답변은 45.6%(36/79)였다. 채용 확대와 유지를 합하면 82.3%(65/79)에 달했다. 최근 3~4년간 지속돼온 업계의 침체가 향후 개선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하에 인력채용 계획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상장 바이오텍 23명의 CEO 중 절반이 넘는 52.2%(12/23)가 채용계획을 확대, 30.4%(7/23)가 유지, 17.4%(4/39)가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비상장 바이오텍 39명의 CEO 중 채용계획 유지 41.0%(7/39), 채용확대 33.3%(13/39), 축소가 25.6%(10/39)였다. 대기업 및 제약사 17명의 CEO 중 76.5%(13/17)가 지난해와 같이 채용계획을 유지하고 23.5%(4/17)가 채용을 확대하겠다고 답했고, 축소하겠다는 곳은 없었다.
특별히 눈여겨 볼 것은 채용계획 축소부분이다. 설문에 응한 전체 79명의 CEO 중 14명이 채용계획 축소를 답했는데, 그중 비상장 바이오텍 10명, 상장 바이오텍이 4명, 대기업 및 제약사에서는 축소로 응답한 곳이 없었다. 채용계획 확대로 돌아선 업계의 분위기 속에서도 비상장 바이오텍의 어려움은 채용에 그대로 투영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포지션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업개발(BD)이 35.4%(28/79)로 1위를 차지했고, 임상개발 26.6%(21/79), 연구개발 19.0%(15/79), GMP 및 공정개발 7.6%(6/79), RA(인허가) 5.1%(4/79), 모든분야 5.1%(4/79), 기타 1.3%(1/79) 순이었다.
인력난 체감을 느끼는 것은 상장 바이오텍이 69.6%(16/23)로 가장 컸고 뒤이어 비상장 바이오텍 69.2%(27/39), 대기업 및 제약사 52.9%(9/17) 순으로 큰 차이가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필요한 인력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도는 회사 규모에 따라 달랐다. 채용을 계획한 목표인력의 30~50%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에 있어 대기업 및 제약사 5.9%(1/17), 상장 바이오텍 4.3%(1/23)로 비중이 작지만, 비상장 바이오텍의 경우 17.9%(7/39)로 상대적으로 인력충원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난의 원인으로는 실무경험 부족이 36.7%(29/79)로 1위였다. 뒤이어 대기업 선호 23.8%(22/79), 인력양성 부족 21.5%(17/29), 지리적 문제 3.8%(3/79), 인력수요증가 3.8%(3/79) 등이었다.
세부적으로 분석했을 때 대기업 및 제약사는 실무경험 부족 47.1%(8/17)로 1위를 차지했고, 인력양성 부족 29.4%(5/17), 대기업 선호 11.8%(2/17) 순이었다. 상장 바이오텍은 실무경험 부족이 43.5%(10/23)로 1위, 대기업 선호 30.4%(7/23), 인력양성 부족 13.0%(3/23)의 순서였다. 비상장 바이오텍은 대기업 선호가 33.3%(13/39)로 1위를 차지했다.
대기업 및 제약사와 상장 바이오텍 인력난 원인 1위는 실무경험 부족이지만 비상장 바이오텍은 대기업 선호가 가장 큰 인력난의 원인으로 손꼽혔다. 상장 바이오텍도 인력난의 두번째 원인이 대기업 선호였다. 바이오텍들이 높은 연봉과 열려있는 회사문화 및 다양한 복리후생 등으로 구직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구직자들은 아직은 불확실성에 놓여져 있는 바이오텍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기업을 찾는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