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정지윤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서정진(Seo Jung-jin) 셀트리온(Celltrion) 회장은 15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최근 미국 정부의 약가 및 관세 정책에 대한 영향과 관련, “오는 2026년까지 미국의 관세 및 약가인하 정책이 셀트리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올해 매출액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못박았다.
서 회장은 우선 약가인하 정책측면에서 “우리가 미국에 판매하고 있는 제품 중에 유럽보다 비싸게 팔고 있는 제품은 없다”며 “이미 바이오시밀러는 회사가 제시하는 도매가격(WAC)보다 최대 90% 할인된 가격(net sales price)으로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에 등재되기 때문에 사실상 현재로서 더 내릴 가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오리지널 제품이 최대 60% 할인되는 것보다 이미 많이 할인된 가격”이라며 “다만 미국이 가진 의약품 유통구조상 중간유통사가 할인된 가격에 대한 이익을 취하고 환자나 의료진은 실질적으로 할인된 가격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즉, 환자입장에서는 오리지널 제품과 바이오시밀러에 큰 가격차이를 느끼지 못해 결국 익숙한 오리지널 제품을 선택하고, 이는 미국에서의 바이오시밀러 성장을 더디게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즉 약가인하로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에 영향을 받을 요인은 없으며 오히려 PBM 구조 개선으로 정부와 직접 약가협상을 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PBM과의 약가협상은 주로 PBM의 하청업체와 진행돼 정부와 직접 협상하는 것보다 어렵고, 셀트리온은 정부와 약가협상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다만 약가인하 정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제품으로 신약으로 판매하고 있는 ‘짐펜트라(Zymfentra, 성분명: 인플릭시맙)’을 꼽았다. 또한 짐펜트라의 성장이 예상치를 하회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바이오시밀러와 다르게 PBM 등재에 기간이 걸리는 등 유통구조상의 복잡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최근 짐펜트라의 연간 매출 목표를 7000억원에서 3500억원으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다음으로 관세 정책과 관련해 서 회장은 “셀트리온이 미국에 판매하는 ‘램시마(Remsima)’, ‘허쥬마(Herzuma)’, ‘트룩시마(Truxima)’ 현지 제약사인 화이자(Pfizer), 테바파마슈티컬(Teva Pharmaceuticals)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어 관세 대상이 아니며 이미 15~21개월치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후 관세정책이 발표되더라고 오는 2026년 말까지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국내에서는 원료의약품(DS)만 만들고 바이알(vial) 작업 등 완제의약품(DP)을 만드는 것은 유럽, 미국 등 현지에서 위탁생산(CMO)으로 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통관 시점에 어떻게 인식되는지 등 발표될 관세 정책에 따라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내년 말 전에 보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미국에서는 이미 300만 바이알에 대한 CMO시설을 확보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추가 계약을 통해 최대 600만 바이알까지 확보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현재 필요하다면 미국으로 옮길 수 있는 CMO 파트너와 장기계약을 하고 있어 필요하다면 CMO로 전환해 원료의약품을 생산할 것”이라며 “다만 CMO로 원료의약품 생산시 내재생산보다 원가가 일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원료의약품 공장 투자에 대해 서 회장은 “다만 추가적으로 필요할 경우 미국내 원료의약품 공장을 짓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이미 미국 8개주, 48개 지역(site)에 대해 스터디를 완료하고 경제성을 따져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이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관세정책이 발표된 후 올해 말까지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더불어 서 회장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임상1상 데이터만으로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허가결정을 내리겠다는 가이드라인 변경에 대한 논의가 있다”며 “자칫 더 쉬워보일 수 있으나 임상1상에서 안전성 뿐 아니라 동등성, 유효성을 확보해야돼 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R&D 실력과 자체생산, 자체판매 역량을 가진 회사에 좋은 기회”로 “올해초 예상한 것보다 2025년 이후 회사 매출과 이익이 더 늘어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현재 11개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했으며 오는 2030년까지 총 23개, 2033년까지 34개, 2038년까지 40개 제품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서 회장은 “국내 기업 중 미국에 직접 약을 판매하고 있는 회사는 셀트리온 말고는 없다고 봐야한다”며 “즉 미국 관세조치 및 약가인하가 국내 제약업계 전반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며 현재 국내 업계가 과민반응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