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서일 기자
![[새책]『헌트-FcRn과 이뮤노반트』 사냥과 신약개발](https://img.etoday.co.kr/pto_db/2026/10/20261001165432_2396127_960_720.png)
2014년 미국, 한 20대 청년이 신약개발 바이오텍을 창업한다.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공부한 그는 졸업 후 곧바로 투자 회사에 취직했다. 이후 몇 년 동안 신약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일을 경험했다. 신약을 개발하는 현장, 신약개발에 투자하는 현장을 직접 본 이 청년은 ‘신약개발 업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느꼈다. 신약개발을 주도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트렌드를 스스로 쫓아다니고, 모험적인 장기 투자 대신 안정적인 단기 수익이 설계되기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신약개발 판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신약개발이 성공할 확률을 떨어뜨리는 비효율이었다. 효율적으로 신약을 개발해 바이오텍의 투자 대비 수익률(return on investment, ROI)을 가장 앞에 두는(VANT) 바이오텍을 경영하면서 좋은 모험을 해보고 싶었던 청년의 이름은 비벡 라마스와미(Vivek Ramaswamy). 로이반트(Roivant)의 창업자다. 그는 10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시가총액 30조원짜리 바이오텍을 만들더니, 다가오는 2026년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오하이오주 주지사 후보가 돼 정치라는 다른 모험에 뛰어들었다. 이런 일은 미국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신약개발을 성공시키려면 이 정도 배짱(?)이 있어야 하는 것일까?
2017년 로이반트는 한국의 바이오텍이 발굴한 물질을 사들였다. 한국의 이 바이오텍은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항체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도 항체를 다루는 일도 모두 처음이었다. 로이반트는 약 5억달러를 주기로 하고(계약금 3000만달러) 한국 바이오텍이 개발하고 있던 물질을 사갔다. 그리고 2018년 이뮤노반트(Immunovant)라는 자회사를 세워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을 맹렬하게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 사건으로 한국의 이 바이오텍, 한올바이오파마는 갑자기 주목을 받는다. 도대체 한국의 이 바이오텍은 어떻게 경험해보지 않았던 영역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었을까?
신약개발 과정에서 실패는 공기처럼 흔하다. 로이반트와 이뮤노반트, 그리고 한올바이오파마가 발굴한 물질들을 가지고 진행하는 자가면역질환 신약개발은 실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험들이 성공한다면, 모두가 기억해야 할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제대로 된 모험에 나선 이들의 성공한 사냥 이야기로 말이다. 이 책 『헌트-FcRn과 이뮤노반트』는 신약개발이 지니고 있어야 하는, ‘사냥꾼의 영리한 모험’이라는 미덕을 지키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FcRn과 이뮤노반트, 그리고 한올바이오파마
면역 시스템의 한 구성원인 면역글로불린 G(immunoglobulin G, IgG)는 몸에 들어온 세균이나 바이러스, 또는 암세포처럼 나쁜 녀석들(?)을 없애는 일에 참여한다. 이렇게 IgG가 쓸모있는 물질이므로 우리 몸은 IgG를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편이 좋다. 그리고 세포에 있는 ‘신생아 Fc 수용체(Neonatal Fc Receptor, FcRn)’가 IgG가 우리 몸속에서 금방 사라지지 않도록 돕는다.
그런데 IgG가 늘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IgG가 멀쩡한 조직을 잘못 공격하기도 한다. 이를 두고 ‘자가면역질환에 걸렸다’라고 한다. 연구자들은 FcRn과 더 강하게 반응하는 물질을 환자에게 넣어주면, 자가면역질환과 관계가 있는 IgG를 빠르게 사라지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렇게 되면 나쁜(?) IgG가 줄어들 것이고, 자가면역질환 환자의 증상이 나아질 것이라는 가설이다. 이 가설을 바탕으로 2010년대부터 FcRn 자가면역질환 신약개발에 나서는 이들이 나왔다.
하지만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전 세계적인 규모의 제약기업들과 바이오텍들은 FcRn 프로젝트에 뛰어들지 않았다. 주류의 대부분은 당시 트렌드였던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의 항암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비벡 라미스와미의 로이반트는 이런 식으로 주류 트렌드에 휩쓸리는 것이 신약개발을 방해하는 진짜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로이반트는 유행에서 벗어나 있지만 R&D가 많이 돼있는 물질을 찾았다. 싸게 사서 빠르게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사냥감을 찾아내는 사냥꾼처럼 한올바이오파마를 찾아냈다. 한올바이오파마도 마찬가지였다. 남들이 아직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타당한 것을 2~3년 먼저 시작해서 좋은 위치를 선점해야 한다고 믿었다.
로이반트와 한올바이오파마에게 중요한 것은 ‘트렌드인지 아닌지’ 또는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빨리 시도해보고, 결과가 나쁘면 빨리 접고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느냐 없느냐였다. 로이반트는 한올바이오파마가 개발하고 있던 FcRn 타깃 항체를 사들였고, 이뮤노반트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본격적인 임상개발에 들어갔다. 과연 이들의 사냥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이들처럼 하지않는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모든 사냥이 성공하진 않기에, 실패를 딛고 나서야
어느 순간부터 한국에서 신약개발을 한다고 말하면, 한 모금만 축이면 영원히 늙지 않는다는 전설의 샘물을 찾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성공에 대한 기대가 컸고 그만큼 실패에 대한 실망이 컸던 탓이다.
여전히 신약개발 프로젝트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성공과 실패를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생명과학과 의학이 발전하고 있고, 뛰어난 연구자들과 의료진이 개발에 뛰어들고 있으며, 천문학적인 규모의 개발비를 쏟아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첨단 과학이 바탕이 되는 다른 산업들과 비교해 신약개발의 미스테리 박스는 유독 심한 편이다.
『헌트-FcRn과 이뮤노반트』에 나오는 이들은 하나같이 이런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나간다. 신약개발을 둘러싼 업계와 학계의 엘리트주의를 비판하며 다른 길을 찾는 비벡 라마스와미, 신약을 개발하기에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을 극복하려고 한 한올바이오파마, 그리고 숨 돌릴 틈 없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경쟁자들은 사냥감을 찾고, 좇고, 사로잡고 마침내 자신만의 사냥터를 만들어가는 사냥꾼을 떠올리게 해준다.
이는 신약개발이 ‘예측할 수 있는 작은 성과를 목표로 하는 농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빠르게 움직여 정확한 위치를 선정하고, 집중력을 보이면서도 주변을 살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전략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면서 실패와 친해질 수 있어야, 커다란 한 번의 수확을 기대할 수 있는 ‘사냥에 가까운 일로서의 신약개발’이다.
결국 어떤 신약개발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그 신약개발 프로젝트가 좋은 사냥감인지 그리고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이들이 좋은 사냥꾼인지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이 책 『헌트-FcRn과 이뮤노반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새책]『헌트-FcRn과 이뮤노반트』 사냥과 신약개발](https://img.etoday.co.kr/pto_db/2026/10/20261001114407_2395863_655_655.png)
◆김성민 지음 / 바이오스펙테이터 펴냄 / 113*188mm / 172쪽 / 2026.09.30. / 값 20,000원 / ISBN 979-11-91768-12-1 03570 / 구매 문의 : book@bi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