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샌디에고(미국)=이효빈 기자

강경화 셀리아즈(Celliaz) 대표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바이오USA의 ‘스타트업 스타디움 세션(Start-Up Stadium Session)’에서 PROX1 유전자치료제 ‘CLZ-002’에 대해 발표했다. 강 대표는 “셀리아즈는 망막재생을 재생시켜 시력을 복구시키는 ‘first-in-class’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며 “질병진행 지연에 초점을 맞추는 기존 퇴행성 망막질환 치료제와 비교해 완전히 새로운 기전”이라고 강조했다.
CLZ-002는 망막재생 억제에 관여하는 PROX1을 타깃하는 AAV 벡터에 항체 유전자를 탑재하는 접근법의 유전자치료제다. 셀리아즈는 초기에 PROX1을 타깃하는 ‘CLZ-001’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했지만, 혈관-망막장벽(blood-retinal barrier, BRB) 통과가 어려워 치료효능이 제한되는 어려움이 있었고, 이에 따라 CLZ-002를 개발했다.
강 대표는 “AAV 벡터를 통해 세포가 항체를 지속적으로 발현하고 방출(secretion)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방출된 항체가 세포 외부에 존재하는 PROX1의 망막재생 억제 기전을 방해하게 된다. 그녀는 이어 “세포 내부에서 PROX1이 다양한 작용을 하는 것을 고려할 때, 세포가 항체를 방출하게끔 하는 설계는 오프타겟(Off-target) 독성 우려를 낮추려는 목적도 있다”고 부연했다.
강 대표는 구체적인 CLZ-002 작용기전 또한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포유류에서 망막손상이 발생할 경우 주변 신경세포의 PROX1 단백질이 뮐러 신경교세포(Müller glia, MG) 내로 전달되며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재생능력을 억제한다. 셀리아즈는 망막재생 능력이 뛰어난 어류에서는 PROX1 단백질이 MG 내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했고, 이를 통해 PROX1의 전달과정(transfer inhibitor)을 방해하는 치료제를 고안한 것이다. 회사는 이에 대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했다.
강 대표는 “쉽게 말하자면 MG 세포 안에는 이미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자율주행 프로그램이 다 세팅되어 있는데, 세포가 손상될 경우 그 앞에 PROX1이라는 큰 돌이 놓이는 것과 같다”며 “셀리아즈의 치료제는 그 돌을 치워주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세포가 자연스럽게 내재된 재생능력을 복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셀리아즈는 생후 12개월에 완전실명에 이르는 망막색소변성증 생쥐 모델(Rp1m/m)을 대상으로 시력이 50% 수준까지 떨어진 시점에 CLZ-002를 1회투여했다. 그 결과 한달만에 시력(visual acuity)이 정상범위(normalization)에 근접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특히 유전자발현을 최적화한 후에 확보한 데이터에서는 1회투여로 시력회복 효능이 10개월 이상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강 대표는 “마우스 생존 기간을 고려하면, 인간에서는 수년 이상 효과가 지속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5년 이상의 시력회복 지속력을 나타내는 안과 치료제로는 유전성 망막질환(inherited retinal disease) 유전자치료제 ‘럭스터나(Luxturna)’가 유일하다.
강 대표는 이어 “CLZ-002의 강점은 유전자불특정(gene-agnostic) 치료제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럭스타나는 RPE65 유전자를 특이적으로 타깃한다. 이와 비교해 CLZ-002는 유전자 종류와 관계없이 PROX1을 제어해 시력을 회복시킨다는 접근법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럭스타나와 비교해 더 넓은 범위의 미충족 의료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한계가 있다. 진행 속도가 너무 빠른 소아망막질환의 경우에는 재생속도가 변성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강 대표는 이에 대해 “CLZ-002에 의한 망막재생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셀리아즈는 현재 질병진행이 다소 느린 형태의 망막색소변성증(Slow progression Mid-Late onset RP)을 주요 적응증으로 보고 있다.
셀리아즈는 김진우 최고과학책임자(CSO) 겸 카이스트 교수가 지난 2022년 교원창업했다. 회사는 지난해 10월 프리-시리즈A로 35억원을 유치했고, 해당 자금을 CMC 정밀화(process development)에 사용할 예정이다. 셀리아즈는 현재 더 큰 규모의 투자유치를 노리고 있다. 회사는 올해 3분기 또는 4분기 중 대형동물 대상 Non-GLP 독성시험 평가에서 데이터를 확보하는 시점에 맞춰 시리즈A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목표 금액은 150억~200억원이다.
강 대표는 “시리즈A를 통해 조달할 자금은 모두 GMP와 토끼, 비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GLP 독성시험에 전액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셀리아즈는 시리즈A 자금조달을 적기에 마쳐 공정 개발을 완료하고, 오는 202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계획서(IND)을 제출해 임상1/2상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회사는 우선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후속 임상사이트로는 국내에 이어 중동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강 대표는 “CLZ-002가 first-in-class 치료제인 점과 유전자불특정 치료제라는 점을 어필해 빅파마로 라이선스아웃(L/O)하는 전략 또한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