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삼성물산(Samsung C&T)과 삼성전자(Samsung Electronics)가 증상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혈액 재취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Grail)에 1억10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17일 밝혔다.
그레일은 혈액내 수억개의 DNA 조각 중 암과 연관된 미세한 DNA 조각을 선별하고, 이를 인공지능(AI) 기반 유전체(genome) 데이터 기술로 분석해 암 발병 유무, 암이 발생한 장기 위치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출시한 제품인 ‘갤러리(Galleri)’는 한번의 혈액검사로 50여 종의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있다. 지난 2021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약 40만건의 누적검사 실적을 보유하고 있고, 영국에서도 국립보건서비스(NHS)와 대규모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갤러리 검사는 췌장암, 난소암 등 표준화된 선별 검사가 없는 암을 조기에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 암 치료의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레일은 내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갤러리 검사에 대한 승인신청을 할 계획이다.
그레일은 올해 6월 패스파인드2 임상연구(Pathfinder 2 stud)에서 기존에 보고된 것보다 양성예측도(positive predictive value)를 43% 개선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증상이 없고, 암이 의심되지 않는 50세 이상 성인 2만5500명을 대상으로 혈액검사를 평가한 임상이다. 앞서 진행한 6600명 대상 첫 번째 패스파인더 연구에서는 특이도(specificity) 99.5%, 정확도(accuracy) 88%를 확인했다.
삼성물산은 이번 투자를 통해 한국에서 갤러리 검사를 독점 유통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으며, 향후 싱가폴, 일본 등에서도 그레일과 협력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그레일의 기술력과 축적된 유전자 기반 암 조기진단 데이터를 삼성 헬스 플랫폼과 연계해 활용하는 전략적 협력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삼성 헬스 사용자에게 보다 혁신적인 건강 관리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김재우 삼성물산 라이프사이언스 사업담당 부사장은 “그레일은 유전자 기반 다중암 조기진단 분야 1위 회사로, 삼성물산은 금번 투자와 전략적 협력을 통해 유전자와 AI가 융합된 기술 분야로 삼성물산의 바이오·헬스케어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헌수 삼성전자 MX사업부 디지털 헬스팀 팀장은 “그레일 투자 및 전략적 협력은 기술을 통해 일상에서부터 건강을 개선하겠다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삼성전자의 디지털 헬스 플랫폼에 그레일의 임상 유전자 데이터, 기술력을 접목해 개인 맞춤화된 디지털 헬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팔 쿠마르(Harpal Kumar) 그레일 해외사업담당 사장은 “한국을 시작으로 아시아에서 다중암 조기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삼성과의 파트너십을 맺게 됐다. 삼성의 이번 투자로 미국과 주요 시장에서 갤러리 검사의 보험 적용을 위한 주요 이정표 달성에 큰 도움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공동으로 출자한 라이프 사이언스펀드를 통해 미국의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 검사 기업 ‘C2N’과, 미국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Flagship Pioneering) 8호 펀드 등에 투자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헬스케어 분야 강화를 위해 미국 DNA 분석장비 기업인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Element Biosciences)에 투자를 진행했고, 최근에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젤스(Xealth)를 인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