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신창민 기자
GC녹십자(GC Biopharma)는 29일 헌터증후군 효소대체요법(ERT) 치료제 ‘헌터라제(성분명: 이두설파제-베타, idursulfase-beta)’의 임상3상 결과를 국제학술지인 ‘제네틱스 인 메디슨(Genetics in Medicine)’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이번 임상3상은 기존 치료제를 사용한 경험이 없는 헌터증후군(Hunter syndrome, MPS II) 국내 신규 환자 24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회사는 헌터라제를 1년간 정맥투여했을 때의 유효성과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GC녹십자는 이번 3상의 헌터라제 투약군과, 이전 샤이어(現 다케다)가 진행했던 효소대체요법 임상2/3상의 위약군 데이터를 비교평가했다. 헌터증후군의 희귀성과 위약군을 배정하는 임상 디자인의 윤리적 문제로 인해, 이전에 평가된 위약군 데이터(historical placebo group)를 비교군으로 이용하게 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임상의 1차종결점인 6분 보행검사(6-minute walk test)에서 헌터라제를 투약한 환자는 치료 전보다 평균 62.2미터를 더 많이 걸을 수 있게 됐다. 이는 위약을 투여받은 그룹의 7.3미터보다 8배 이상 높은 수치다(p<0.0001).
6분 보행검사는 환자가 6분 동안 평지에서 걸을 수 있는 거리를 측정하는 검사로, 환자의 기초적인 운동능력, 심폐기능, 근육상태, 전신건강 등을 한번에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환자의 삶의질과 직결되는 지표이며, 헌터증후군 연구에서 표준 평가방법으로 사용된다.
이어 2차종결점인 소변내 글리코사미노글리칸(glycosaminoglycan, GAG) 농도와 GAG의 한 종류인 헤파린황산염(heparan sulfate, HS), 더마탄황산염(dermatan sulfate, DS)의 농도도 감소하는 결과를 확인했다. GAG 농도는 71% 감소했으며, HS와 DS는 각각 89%, 88%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과 비장의 크기도 각각 27%, 26% 줄어들며 주요 장기에 대한 치료효과도 확인했다.
안전성 평가결과 이상사례의 대부분은 경증 또는 중등증으로 치료를 중단한 경우는 없었다. 약물에 대한 중화항체(neutralizing antibody)가 세차례 이상 연속적으로 검출된 환자의 비율은 16.7%로, 기존 효소대체요법 치료제의 62.5% 대비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헌터라제가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약효를 더 안정적으로 유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손영배 아주대병원 교수는 “이번 임상은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첫 임상3상 시험임과 동시에, 국산 기술로 개발된 헌터라제의 우수함을 확인한 것”이라며 “특히 대사 개선뿐 아니라 주요 장기의 체적 정상화, 운동능력 회복 측면에서도 임상적 개선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정재욱 GC녹십자 R&D부문장은 “고무적인 임상3상 결과를 논문으로 발간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순수 국산기술로 개발한 헌터라제가 헌터증후군 환자들의 삶의질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헌터증후군은 체내에 GAG을 분해하는 효소인 이두로네이트-2-설파타제(iduronate-2-sulfatase, IDS)가 없거나 부족해 발생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GAG가 몸 속에 쌓이면 관절이 뻣뻣해지면서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간과 비장이 확대되는 등 다양한 전신증상을 일으킨다.
헌터증후군은 X염색체에 의해 유전되는 질환으로 보통 남아 10만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중증 환자의 경우 성인이 되기전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쓰이고 있는 헌터증후군 치료제는 다케다(Takeda)의 ‘엘라프라제(Elaprase, idursulfase)’와 GC녹십자의 헌터라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