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Lunit)은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2025)에서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Lunit SCOPE)'를 활용한 연구 성과 12건을 발표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ASCO 2025에서의 핵심 연구로 루닛은 일본 국립암센터(NCCE)와 공동으로 진행한 HER2 양성 담도암 환자 대상 HER2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치료 효과 예측 연구를 공개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HER2 양성 담도암 환자 288명의 면역조직화학(IHC) 슬라이드 이미지를 분석하는 과정에 루닛 스코프 uIHC를 적용, 암세포의 HER2 발현 강도와 세포 내 위치(세포막, 세포질 등)에 따른 발현 분포를 정량적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루닛 AI는 HER2 발현의 강도 뿐만 아니라 HER2 발현의 세포막 특이도(membrane specificity)가 환자의 치료 반응을 더 잘 예측했다. 엔허투 투약 환자 29명 중 HER2 세포막 특이도가 높은 환자들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11.0개월로, 세포막 특이도가 낮은 환자군의 4.2개월에 비해 개선된 치료 결과를 나타냈다.
특히 AI가 식별한 환자 중에는 기존의 HER2 발현 강도 측정 방식으로는 발견되지 않았던 환자가 추가로 포함됐는데, 이는 AI를 활용한 세포막 특이도 분석 방식이 기존 방식보다 더 많은 엔허투 치료 반응 환자를 식별해낼 가능성을 보여준다.
루닛과 NCCE의 두번째 협업 연구는 전향적 관찰 연구에 등록된 비소세포폐암(NSCLC) 847명과소세포폐암(SCLC) 102명 환자를 대상으로, AI 기반의 루닛 스코프 PD-L1과 병리과 전문의 3명의 평가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AI와 전문의 간의 전반적인 일치율(overall concordance)은 70%로 나타났다. PD-L1 종양비율점수(TPS) 50% 이상 그룹에서 일치도는 84%, TPS 1~49%는 94%였고, TPS가 1보다 낮다고 분류한 416명 가운데 AI는 231명이 더 높은 PD-L1 발현을 보인다고 분류했다. 이번 연구는 대규모의 독립된 환자군에서 AI의 성능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루닛은 위암 환자의 클라우딘18.2(CLDN18.2) 단백질 발현과 면역 표현형 예측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클라우딘18.2를 타겟으로 하는 치료는 위암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반면 검체 부족, 추가적인 비용 및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 등의 현실적 제약이 있어왔다.
루닛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본적인 H&E 슬라이드만으로 클라우딘18.2 발현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위암 환자군에서 클라우딘18.2 양성 환자를 예측하는 성능지표인 AUROC 값이 0.751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클라우딘18.2 발현여부는 면역관문억제제 치료에 대한 반응과도 연관성을 보였다. 클라우딘18.2 음성이면서 면역표현형이 면역활성(inflamed)으로 밝혀진 환자군에서 면역관문억제제와 화학항암제를 병용해 치료할 경우, 화학요법 대비 무진행 생존기간(PFS)과 전체 생존기간(OS)이 유의하게 연장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AI가 CLDN18.2와 면역표현형을 분석할 경우 추가적인 IHC 검사없이 치료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밖에 루닛은 34개 암종에 걸쳐 표적항암제가 타깃하는 막 단백질 74개에 대한 세포내 프로파일(subcellular profiling), 종양혈관환경이 면역항암제 반응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위한 내피세포(endothelial cell) 딥러닝 분석 등을 발표한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이번 ASCO 2025는 AI가 단순히 병리 이미지를 판독하는 것이 아닌, 더 나은 치료선택을 위해 임상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도구로 만들기 위한 수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 담도암 HER2 평가와 폐암에서 PD-L1까지, AI는 기존에는 간과될 수 있는 환자가 새로운 치료기회를 찾을 수 있게 돕는다"며 "이러한 수준의 정밀성과 재현성(reproducibility)은 AI가 실질적인 임상가치를 가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루닛은 세계 3대 암 학회로 꼽히는 ASCO에 2019년부터 매년 참여해 바이오마커 관련 최신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있으며, 올해는 전세계 의료AI 기업 중 최다인 12편의 연구 초록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