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Lunit)은 이달 23일부터 27일(현지시간)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유럽 종양학회(ESMO 2026)에서 글로벌 HER2 분석 AI 프로젝트 ‘AIforHER’의 연구결과를 비롯해,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스코프’를 활용한 연구결과 5건을 발표한다고 20일 밝혔다.
AIforHER는 프랑스 암 전문기관 ICO(Institut de Cancérologie de l’Ouest)를 필두로 아스트라제네카(AZ),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 등 글로벌 빅파마와 의료기관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유방암 환자 대상 맞춤형 치료 실현을 목표로 AI 알고리즘을 개발, 검증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유방암 치료 결정의 핵심 지표인 HER2의 발현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기업의 AI 솔루션을 같은 조건에서 비교·평가했다. HER2 단백질은 발현 정도에 따라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 달라지는데, 최근에는 HER2가 거의 발현되지 않는 초저발현(ultralow) 환자까지 항체-약물접합체(ADC) 치료 대상에 포함됐다.
루닛은 이러한 HER2 초저발현 유방암을 대상으로 한 첫번째 연구(Study A) 결과를 이번 학회에서 포스터 발표한다. 루닛은 이 평가를 거쳐 참여 기업 가운데 단 2곳만 진출하는 후속 연구(Study B)에 참여 중이며, 실제 임상환경에서의 솔루션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으로 루닛은 일본 국립암센터 주도의 폐암 연구 프로젝트에 등록된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수술 검체를 활용한 PD-L1 평가 비교 연구도 발표한다. 연구진은 환자 993명의 PD-L1 면역조직화학(IHC) 염색 슬라이드를 병리 전문의와 ‘루닛스코프PD-L1’이 각각 독립적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분석 결과 전체 일치율은 73%로 나타났다. PD-L1 발현 비율 50% 이상 구간에서 80%, 1~49% 구간에서 95%의 높은 일치율을 보인 반면, 1% 미만 구간에서는 51%로 낮았다. 특히 병리 전문의가 1% 미만으로 판정했으나 AI는 1% 이상으로 본 211건 중 204건(97%)은 AI가 약양성(1~10%)으로 분류했다.
이번 연구는 판단이 까다로운 PD-L1 발현 여부 경계구간에서 AI와 병리 전문의의 판정이 어떻게 엇갈리는지를 대규모 수술 검체 데이터로 확인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판정 차이가 실제 치료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후속 임상연구로 확인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루닛은 췌장관선암(PDAC) 환자 181명의 병리 이미지를 루닛스코프IO로 분석해, 종양 기질(stroma)의 구성과 유전자 변이가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도 선보인다. 췌장관선암은 종양 주변에 두꺼운 섬유성 기질이 형성돼 치료 저항성이 높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환자의 병리 이미지에서 종양조직내 기질 비율(TSR)과 기질내 혈관내피세포 비율을 계산하고, KRAS 변이에서 나타나는 G12D 변이, 기타 변이, 비변이 유형에 따라 환자를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기질 비율이 높은 환자군은 무진행 생존기간(PFS)이 상대적으로 짧았으며, 같은 내피 세포라도 주변 기질 환경에 따라 예후가 다르게 나타났다. 또한 KRAS 변이 유형별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은 비변이군 43.8개월, 기타 변이군 19.5개월, G12D 변이군 15.1개월로 차이를 보였으며, 특히 G12D 변이군에서는 기질이 많은 환자의 PFS가 오히려 더 길게 나타나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췌장관선암 환자 치료효과 예측을 위해 기질 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현재 개발 중인 KRAS G12D 표적 치료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AI 기반 기질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HER2 초저발현처럼 현미경 판독만으로는 판단이 어려운 영역에서 AI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본 의미 있는 연구들을 이번 학회에서 선보이게 됐다”며 “루닛 스코프가 암 치료 대상 환자를 더 정밀하게 구분하는 기준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글로벌 제약사,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넓혀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