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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보스없는 바이오텍' 오름, "30년 실패를 뒤집는다"

기사입력 : 2017-06-16 10:27|수정 : 2017-06-1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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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창간기획 탐방-바이오 일자리를 찾아서]허물 벗는 한국 바이오텍, 혁신적인 세포투과 항체기술에 '新경영 플랫폼'을 더하다

‘바이오텍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바이오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세분화된 신약개발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있는 와중에 바이오텍에 자율경영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더하려는 시도가 있다. 지난해 8월에 설립된 바이오텍인 오름테라퓨틱을 만난 자리는 이전에 취재했던 바이오텍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인터뷰 약속을 잡는 전화통화에서부터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오름인’을 찾았으면 한다고 얘기했다.

“항체 플랫폼, 신약파이프라인 등 오름의 기술력 보다 회사가 운영되는 방식과 오름이 가진 기업문화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기사를 보고 오름의 비전에 동의하고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 찾아오길 바랍니다.” 그렇게 대전 배재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있는 오름을 방문하게 됐다.

사무공간에 7명의 오름테라퓨틱 구성원들이 앉아있다. 누가 대표이사인지 구분되지 않는 자리, 이 대표가 나와 반갑게 맞아준다. 이들은 직급없이 서로를 이니셜로 부른다. 닉네임을 불러달라는 사전요청에 기자도 어떨 결에 이름의 마지막 이니셜을 따 ‘엠(M)’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활기가 넘치는 회사 안, 인턴 학생도 스스럼 없이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며 엔지니어링이라는 전공을 살려 스스로 오름에 필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누구나 실패했다는 걸 한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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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오름테라퓨틱 연구소

항체 엔지니어링을 맡고 있는 최동기 연구원의 말. 실험실 위에 써 있는 K2라는 글씨가 눈에 띈다. 30년 동안 누구도 정복하지 못한 골치덩어리 단백질 ‘KRAS’가 가진 어려움을 히말라야 K2 등정에 비유한 것이다. 그들에겐 이제까지의 실패가 불가능함을 말하는 것 같지 않다.

항체 원천기술을 개발한 김용성 아주대 교수(오름테라퓨틱 공동창업자) 연구팀이 세포막을 투과하는 항체 플랫폼으로 KRAS를 저해해 종양모델에서 항암효과를 가진다는 것을 증명,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을 게재하면서 외신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K2라는 산을 오르기 위한 첫 발을 내딛은 셈이다.

이 대표의 설명이 인상적이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KRAS를 저해할 수 있는 신약개발에 성공한다면 교과서에 실리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세계 최초로 RAS라는 난공불락 타깃을 잡는 그룹이 되는 거죠”

◇오름의 비전, 더 나은 약이 아닌 불가능했던 약을 만든다…”첫 타자 RAS”

매주 전체 회의가 시작하기 전, 이 대표가 오름의 비전을 구성원들에게 환기시킨다. ‘약이 없어서 고통받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 일을 한다’는 목표를 반복해 전달한다. 오름은 기존 방식으로는 어려웠던 타깃을 겨냥하는 항체 플랫폼에 도전하고 있다. 세포 안으로 침투하는 독자적인 항체기술로 전에는 불가능했던 세포막 안의 50% 목표물에 접근한다. 그 첫 타자가 RAS. 30년이라는 시간동안 과학자들이 이를 저해하는 약물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를 맛봤다. 때문에 RAS를 약물로 저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져왔다.

이 대표는 “합성신약, 항체는 (전문가가 많기에)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때문에 기존 방법으로는 건드리지 못하는 영역에 다가갈 수 있는 기술에 관심이 갔다”며 “우리의 플랫폼 기술을 통해 기존에는 접근하지 못한 세포질 타깃(cytosolic target)을 겨냥하고 있으며, 그 시작이 암질환에서는 RAS고, 이후 다양한 희귀질환도 염두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RAS는 신호전달 단백질로 세포분열, 성장을 조절하는데, 여기에 변이가 생기면서 암 등 문제가 시작된다. 신호전달과정 지속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종양세포가 증식∙성장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때문에 암을 유발하는 '분자스위치'로 비유된다. HRAS, NRAS, KRAS의 3가지 RAS 변이는 인간에서 암을 촉진한다고 밝혀진 600개의 유전자 중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변이다. 비율로 따지면 종양에서 최대 30%까지 발현된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85%에 해당하는 종양은 KRAS로 야기되며, NRAS는 12%, HRAS는 3% 정도다. 때문에 현재 개발중인 치료제는 대부분 KRAS를 타깃한다. KRAS 변이가 주로 나타나는 암종은 췌장암(95%), 대장암(52%), 폐선암(31%), NRAS는 흑색종, 급성골수백혈병, HRAS는 방광암, 두경부암에서 발현된다. 오름의 세포침투 항체는 세가지 RAS를 모두 저해할 수 있는 차별성을 가진다.

RAS는 공공의 적이다. 2013년 미국 국립암센터(NCI)는 RAS Initiative를 설립하면서, 대대적인 RAS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프레데릭 국립암연구소(Frederick National Laboratory for Cancer Research)를 중심으로 학계, 정부, 바이오텍, 제약사가 협력하는 오픈모델을 구축한 것으로, 이쯤되면 RAS라는 타깃이 가진 심각성을 가늠해 볼 수 있겠다. 그렇기에 오름은 세포를 투과하는 신규 항체 플랫폼으로 RAS는 적을 저해하는 것을 첫번째 목표로 삼은 것.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는 환자로부터 오름 덕분에 암을 이겨내고 살게됐다는 얘기를 듣는 것이 바람”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약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죽고 사는 것을 결정하는 신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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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의 정상을 향해...!'라고 다짐하는 오름테라퓨틱 구성원들

◇이제 국내에서도 혁신신약 개발에 발동, "바이오생태계의 중심은 바이오텍"

이 대표가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불가항력적인 길로 느껴졌고 앞으로 짊어질 책임감에 부담감도 느꼈지만, 이 정도로 가능성이 높은 과학기술이라면 내가 가진 능력으로 날개를 달아줄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며 오름 테라퓨틱을 시작하게 된 얘기를 꺼냈다.

김 교수의 세포침투 항체기술을 처음 접한 건 2009년이었다. 그는 당시 사노피에서 연구소장으로 아시아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질환에 포커스해 기술을 검토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당시 김 교수의 세포침투 항체는 독특한 기술이긴 하나 환자에 실제 적용하기에는 거리가 있다고 느꼈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기술의 완성도가 점점 무르익어갔고, 이 대표는 상용화 가능성을 보고 김 교수에게 창업을 권했는데 도리어 대표직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

이러한 인연이 계기가 돼 공동창업으로 오름테라퓨틱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항체기술의 상업화를, 김 교수는 원천기술 개발자로서 항체 플랫폼을 연구하는데 전력을 가하는 그림이다. 이 대표는 “김 교수팀의 이번 네이처 논문은 세포침투 항체의 잠재력을 증명하는 시작점으로 후속 작품들이 남아있다”고 넌즈시 얘기했다.

오름의 원천기술을 개발한 김 교수팀이 RAS를 잡는 항체에 대한 논문을 발표, 외신에 주목을 받으면서 해외로부터 투자, 공동연구 제의 등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기술이전을 위해 기술을 들고 해외로 나가는 움직임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특이한 케이스라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사이언스를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기술만 있다면 글로벌 시장이라는 장벽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모델 케이스다.

이 대표는 “사이언스에는 국경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한국의 인재들이 바이오산업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포닥(Post Doctor, 박사후 과정) 사이클에 맴도는 것 같아 아쉽다”며 “영화산업처럼 각자의 역할이 점점 세분화되고 있는 최근 바이오산업의 추세로 볼 때 바이오벤처로 좋은 인력이 흘러 들어와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름과 같은 우수한 항체 플랫폼은 바이오텍에서 수행하고, 후기 임상개발과 상업화 부분은 큰 제약사가 담당하는 것이 적절한 그림이라는 설명. 그는 “기술이전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 중으로 좋은 파트너가 있으면 처음부터 같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끊임없이 새로운 경영방식을 오름 테라퓨틱에 적용해 보는 이유는 뭘까. 혁신적인 기술력을 인정받는 상황에서 자율경영이라는 시스템이 갖는 의미가 궁금해졌다.

◇혁신적 기술에 새로운 ‘자율경영 플랫폼’이 더해진다면?

때때로 기업문화는 지속가능한 결과물을 내놓는다. 오름이 모든 사람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들에게 들은 자율경영의 개념은 적극성, 주체성 그리고 책임감이 핵심이다. 자율경영 시스템이란 조직 구성원들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경영 체계를 뜻한다. 쉽게 말하면 스스로 일을 찾아가고 결정해 책임지는 것, 중간 관리자의 개념이 없다. 그러면 이들이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힘은 어디에 있는 걸까.

오름의 지원공고에 눈에 띄는 항목이 있다.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한 성인과 일하고 싶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 대표는 “시키는 일을 잘하고 싶은 사람은 대기업으로 가는 것이 낫다”며 “오름의 비전에 동의하고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자기 주도적으로 일을 찾아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고집이 있고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야 된다는 것. 혼자 결정을 내리기 힘들 때는 언제든 의사소통을 하고, 또 외부 전문가에게 조언을 얻으면 된다는 설명이다. 신입이라면 들어와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역할을 정한다.

이러한 방식은 이 대표가 LG생명과학, 사노피를 거치면서 수많은 고민을 하고 팀원들을 상대로 실험을 해본 경험에서 우러나온 결정이다. 그는 “큰 제약사는 수직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를 실행해보려고 해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윗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 데서 오는 비효율성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또한 국내 제약시장이 제네릭, 계량신약, 혁신신약으로 빠르게 변하면서 세대별로 겪은 경험이 다르기에 관점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는 것.

이 대표는 “작은 집단에서만 적용 가능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만명 이상에도 검증된 시스템으로 우리 롤모델은 보스가 없는 회사로 유명한 고어(Gore)다”며 “수직적인 문화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구성원들의 에너지 레벨이 다르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토마토 케찹의 60% 이상을 생산하는 ‘모닝스타’도 대표적인 자율경영 시스템을 가진 대표적인 예다.

◇연구소장이 없는 희한한 바이오텍, "내 의견이 실현되는 곳"

실제 오름 구성원들은 이러한 모델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들어봤다. 홍영지 프로젝트 메니저는 “자율경영은 책임감 없는 사람이 오면 구멍이 뻥 뚫리는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동물실험, 세포주 실험, 항체 엔지니어링 등 각자의 전문분야는 스스로 진행하고 최종 결정을 한다. 담당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다. 때문에 오름엔 일반적인 연구소에 있는 연구소장의 개념이 없다, 연구원들은 자율경영 시스템이라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 이미 그들의 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항체 기술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최 연구원은 오름에 합류하기 이전부터 김 교수 연구팀에서 세포침투 항체를 개발했다. 최 연구원은 ‘우수한 항체기술을 남 주기 아까워’ 오름에 합류하게 됐다. 그런만큼 새로운 항체플랫폼이 인간에게 적용되는 중간과정을 지켜보는 감회가 남다르다. 그렇다고 무작정 오름만을 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대기업 면접을 몇 번 보긴 했지만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기술이 중점”이라며 “공통적으로 내가 가진 기술을 몇 달 안에 세팅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어봤는데, 내가 없어도 시스템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을 원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항체기술 플랫폼으로 누구나 실패했던 KRAS에 도전하는게 좋았다”며 “스스로 결정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책임감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최근에 석사학위를 마치고 합류한 지상미 연구원은 “지원공고를 보는데 스타트업이라는 단어에 이끌려서 오게 됐다”고. 지금은 항체생산, 정제, 평가, 세포주 실험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 그는 “학부 때부터 신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수업시간에 몸속의 효소가 잘못돼 질병이 생긴다는 말에 생물리라는 분야에서 효소연구를 하러 대학원으로 진학했다”며 “막상 실험실에 가보니 산업에 적용되기엔 갈 길이 멀다고 느꼈고 다양한 일을 배울 수 있는 바이오텍에 들어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내 일만 한다고 선을 긋는 사람은 적합하지 않다. 오름 구성원들은 항상 도울 일이 있냐고 물어보는 분위기다. 지 연구원 스스로도 오지랖이 넓다고. 덕분에 가족, 친구들과 떨어진 대전이라는 곳에 오름이라는 든든한 가족이 생겼다며 웃음을 지었다.

최 연구원은 “오름에서는 내가 제시한 아이디어가 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같이 토론하고 구체화할 수 있다”며 “모 프로그램에서 유희열이 오디션 참가자를 자기편으로 설득하면서 ‘좋은 식당 가서 좋은 음식을 먹을 것인가, 혹은 자신과 함께 메뉴를 정할 것인가’라는 얘기가 인상적이었다”고 얘기했다. 각자마다 공감이 가는 방향으로 가면되지 않겠냐는 것. 자율경영의 개념과 같이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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