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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17년 역사' 에빅스젠 "내성없는 에이즈치료제 성과낸다"

기사입력 : 2017-04-11 13:29|수정 : 2017-04-1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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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Avi-CoreTM·CPP 플랫폼 기술 이용해 에이즈 저분자/펩타이드 치료제 개발

▲유지창 에빅스젠 대표.

▲유지창 에빅스젠 대표.

에이즈 치료제는 끊임없이 진화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인 HIV는 돌연변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레트로바이러스인 탓에 내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에이즈 감염 프로세스를 타깃으로 하는 20여종 이상의 치료제가 나왔지만 내성으로 인해 여전히 새로운 치료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평생동안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에게는 내성없는 치료제 개발이 절실하다.

국내 신약개발기업 에빅스젠은 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인 HIV 증식과정에서 중요한 유전정보 장착 과정에 관여하는 뉴클레오캡시드(Nucleocapsid, NC)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치료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유지창 에빅스젠 대표는 “바이러스가 증식할 때 필수적인 NC단백질과 바이러스의 RNA유전자 간의 상호작용 신호를 타깃으로 작용하는 물질을 개발했다. 돌연변이를 허용하지 않아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타깃으로 이미 알려진 NC단백질을 특이적으로 억제해 부작용 위험도 적다”고 설명했다.

에빅스젠의 항에이즈 저분자 신약은 이미 단회 투여에서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 1a상시험을 성공리에 마치고 반복투여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1b상 IND 승인까지 받았다. 국내 식약처에서 개발단계 희귀 의약품으로 지정돼 임상1상에서 안전성, 임상2상에서 효능만 확인되면 시장 진입이 빨라질 수 있다.

유 대표는 “2018년 국내 임상2상 및 해외 임상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글로벌 제약사로의 기술 수출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복합제로서의 개발 가능성도 확인했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인류 건강 위협하는 AIDS를 이기기 위한 노력

후천성면역결핍증(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을 일으키는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는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의 일종이다. 레트로바이러스는 RNA형태의 유전정보를 가지는 바이러스 중 RNA를 DNA로 합성하는 역전사효소(Reverse transcriptase)가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우선, HIV의 감염과정을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자. 바이러스가 체내로 침입하면 피막에 존재하는 당단백질을 이용해 숙주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해서 내부로 유전정보를 침투시킨다(①Fusion/Entry). 이후 바이러스의 RNA유전정보를 역전사효소를 이용해서 DNA로 합성한다(②Reverse transcription).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포함한 합성DNA는 숙주세포의 핵으로 들어가 기존의 DNA에 삽입된다(③Integration). 이렇게 삽입된 바이러스 유전정보는 숙주세포의 전사효소에 의해서 다시 mRNA로 전사가 이뤄지며 새로운 바이러스를 이룰 단백질과 RNA를 복제한다(④Transcription). 복제된 유전정보를 숙주세포의 세포질 성분이 포함된 피막단백질이 둘러싸는 과정을 마치면(⑤Packaging) 단백질 분해효소(protease)에 의해서 세포 밖으로 떨어져 나온다(⑥Proteolysis). 이렇게 복제, 증식된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와 같은 경로로 다른 세포를 감염시킨다.

80년대 개발된 1세대 에이즈 치료제는 역전사효소를 억제하는 기전을 선택했고, 2세대 치료제의 경우에는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해서 바이러스가 세포밖으로 나오는 것을 억제하고자 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 개발된 3세대 치료제는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투하는 과정을 막는 기전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HIV와 같은 RNA바이러스는 증식과정에서 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DNA바이러스의 1000배에 달할 정도로 높아, 약제 사용이후 내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뉴클레오캡시드(Nucleocapsid, NC) 단백질이다. NC단백질은 바이러스의 RNA와 특이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유전정보를 피막단백질 안에 안착, 둘러싸는 패키징(packaging)과정에서 필수적인 핵심 단백질로 알려졌다. 이러한 NC단백질의 역할로 인해 돌연변이 발생이 거의 없고 원형 그대로 보존된다. NC단백질이 이미 1990년대부터 에이즈 치료제 개발에 검증된 타깃으로 주목받은 이유다.

단백질과 유전자가 결합하기 위해서는 아연(Zn2+)이라는 이온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연이온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시스테인(Cysteine)과 히스티딘(Histidine) 짝에 결합해 마치 ‘손가락’같이 행동하며 유전자와 상호작용을 하는데 이러한 기능을 하는 부위를 징크핑거(Zinc finger)라 한다. NC단백질이 바이러스의 유전자와 결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된 제제들은 징크핑거를 타깃으로 아연 이온을 제거하는 킬레이터(Chelater)로 작용한다.

하지만 기존의 치료제들은 타깃 특이성이 없어 바이러스 유전자와 결합하는 NC단백질의 것 뿐만 아니라 인체 내 많은 징크핑거의 기능에 영향을 줘 세포 독성 부작용이 발생했고, 임상시험에 다수 실패했다. 유 대표는 “활성 분석으로 쉽게 치료제 스크리닝이 가능한 효소와는 달리, NC단백질은 RNA 결합구조 단백질이므로 기능 분석이 어려워 타깃 특이성을 가진 적절한 치료제를 개발하는게 매우 힘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 HTS 플랫폼 기술로 NC 단백질 특이적 억제물질 발굴

에빅스젠은 NC단백질에 특이적으로 작용해 유전자와의 결합을 억제함으로써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핵심 플랫폼 기술인 ‘Avi-Core’를 개발, 활용했다. Avi-Core는 에빅스젠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HTS(High-Throughput System) 원천 스크리닝 기술로 타깃에 적합한 억제물질을 쉽고 빠르게 선별할 수 있다. 회사 측은 “HIV 뿐만 아니라 다른 난치성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치료물질 발굴이 가능하다. 이미 C형간염, 인플루엔자A 등의 질환 원인 바이러스에 적용한 연구 결과가 해외 학술지에 발표됐다”고 밝혔다.

‘AVI-CO-004’는 바로 이 기술을 이용해서 발굴한 에이즈 치료후보물질이다. NC단백질와 바이러스 RNA의 결합을 억제해 바이러스 입자가 유전정보를 패키징하는 과정을 차단하는데, 1쌍(2개)의 RNA 유전정보를 담지 못한 바이러스는 새로운 세포를 감염시킬 감염성이 결여된다. 또한 빈 바이러스(Empty virus)는 감염성을 잃지만 피막이 가진 물질들의 항원성은 남아 있어 백신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전임상의 세포실험에서 AVI-CO-004는 적용 농도에 따라서 항바이러스 효과가 증가하는 결과를 나타냈으며, 적용 이후의 세포 생존율도 100%에 가까워 높은 안전성을 가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AVI-CO-004 처리 이후 감염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생성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HIV를 감염시켜 형광발현이 일어난 세포에 기존 치료제와 에빅스젠의 후보물질을 처리하고, 3일 후 그 배양액을 새로운 세포의 배양 환경에 넣어준 다음, 새로운 세포에서의 감염 여부를 관찰했다.

그 결과, 기존 치료제들은 90% 전후의 재감염 발생률을 나타냈지만 1μM 농도로 AVI-CO-004를 적용했던 세포의 배양액을 적용한 세포는 32%의 재감염율을 보였다. 이는 AVI-CO-004가 NC단백질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억제함으로써 감염성이 결여된 빈 바이러스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 대표는 “에빅스젠의 후보물질은 재감염 능력을 상실한 바이러스를 생성하게 하는 기능을 가지기 때문에 기존의 치료법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반복 감염을 저해하는 능력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전임상 세포실험에서 재감염률 측정 결과.(출처: Identification and characterization of a new type of inhibitor against the HIV type-1 nucleocapsid protein, Retrovirology 2015)

▲전임상 세포실험에서 재감염률 측정 결과.(출처: Identification and characterization of a new type of inhibitor against the HIV type-1 nucleocapsid protein, Retrovirology 2015)

에빅스젠은 전임상결과를 토대로 식약처로부터 임상1a시험 IND를 획득하고 40여명의 건강한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경구 투약 방식의 단회투여 시험을 진행해 안전성을 확인했다. 지난해 8월 성공적으로 단회투여 시험을 마친 회사 측은 반복투여에 대한 임상1b시험 IND를 획득하고 건강한 성인 남성에 대한 반복투여 안전성을 실험하고 있다. 올해 안에 1상을 완료하고 임상2상 IND를 신청할 계획이다. 개발단계희귀의약품으로 지정 승인 받아 국내에서는 임상2상 결과만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유지창 대표는 “내성으로 인해 치료효율이 저하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타깃의 치료제 개발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임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나면 ‘first-in-class’ 진입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효능을 확인하는 2상이 마무리 되면 글로벌 기술 이전도 적극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다.

◇ 高세포투과성 펩타이드 이용한 약물전달기술 보유

에빅스젠은 저분자화합물 형태 뿐만 아니라 펩타이드 형태의 항에이즈 신약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펩타이드의 경우 세포 침투 효율이 좋지 못해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존재하는데, 에빅스젠은 고효율의 세포 침투성 펩타이드를 바탕으로 약물전달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CPP 약물전달기술(Cell penetrating peptide drug delivery system)은 새로운 구조와 성질을 가진 세포 침투 펩타이드를 이용 강력한 세포 투과성을 나타내며 다양한 운반물질과 결합해 적용 가치가 높다. 유 대표는 “가장 먼저 개발된 CPP인 Tat와 비교했을 때 더 높은 투과 효율을 가지는 Avi-CPP를 이용한 신약후보물질 파이프라인을 13개 보유하고 있다. 적용하는 물질에 따라서 실시간 세포 모니터링, 추적에서부터 세포 치료제 개발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장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에빅스젠은 CPP 약물전달기술을 이용해서 에이즈 신약 이외에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펩타이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혈관표피성장인자 수용체(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receptor; VEGFR) 가운데 혈관의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2형(VEGFR-2)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높은 타깃 특이성의 펩타이드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이 물질이 가진 신생혈관생성 억제 기전은 항암제로도 높은 효과를 나타낸다.

▲신생혈관 생성 억제의 항암기전.

▲신생혈관 생성 억제의 항암기전.

암세포가 성장, 증식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에너지와 산소가 필요해 혈액을 통해 이것들을 공급받는다. 그래서 암세포와 가까운 혈관에서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보충하게 되는데 이러한 신생혈관이 생성되는 것을 막는 것으로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회사 측은 인간 유래 결장암 이종이식 마우스 모델을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 개발물질이 우수한 항암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확인했다.

종양성장을 억제하는 항암제제에 더해 노인성 황반변성 및 당뇨병성 망막병증 치료제로서의 활용 가능성도 높다. 레이저로 맥락막의 신생혈관 생성을 유도한 마우스 모델에서 효력을 시험한 결과, 대조군과 비교해 혈관 생성이 5분의1로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회사 측은 “실험 데이터를 통해 고가의 경쟁약물과 비교했을 때에도 우수한 효력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2015년 기준의 글로벌 시장에서 신생혈관 억제제로 사용되는 아바스틴(Avastin)과 루센티스(Lucentis)는 총 10 조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이를 토대로 에빅스젠의 신규 펩타이드 약물에게 기대되는 높은 경제적 가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에빅스젠은 2000년 설립 15년만인 2015년 첫 기관투자를 유치했다. 외부 투자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연구에 매진해 2010년 미래창조과학기술부 글로벌 신약개발 사업을 수주했고 2014년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에 지정되는 등의 성과를 이뤘다.

유 대표는 "세간의 선입견처럼 교수라는 안정적인 직업 뒤에서 안일하게 운영했다면 지금까지 회사를 유지하고, 또 이런 연구성과들을 낼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나를 믿고 지지해준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연구와 회사 경영관리에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글로벌 진출에 성공하고 바이오벤처의 성공 롤모델이 되는 것이 바램”이라면서 "한국의 길리어드, 암젠이 되자는 목표로 직원들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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