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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韓 바이오 벤처캐피탈리스트, 무엇을 위해 사는가

기사입력 : 2017-06-19 08:56|수정 : 2017-06-1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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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희 인터베스트 전무

[바이오스펙테이터 창간 1주년 기고④]임정희 인터베스트 전무

최근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급감하였다는 통계자료가 발표되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발표하는 창투사 투자현황에 의하면 2017년 4월까지 벤처투자는 총 5963억원이 집행되었는데 그 중 바이오/의료분야 투자는 866억원으로 전체대비 14.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16년도 같은 기간의 투자액 1182억원 대비 73% 수준이며 2016년 전체투자 비중 21.8%에 비해서도 줄어들었다.

2011년 933억원(전체 대비 7.4%)에서 2016년 4686억원(전체 대비 21.8%)으로 파죽지세로 급증하여 2016년말 한국 바이오/의료분야 투자비중은 21.8%로 미국 투자비중 16.5%보다 더 높게 나타났었다.<표1> 이러한 바이오/의료분야 투자가 2017년 들어 한풀 시들어버렸다. 그나마 4월들어 좀 회복되었지만 3월말까지는 큰 폭으로 축소되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원인을 몇가지 찾아보고 그 대책을 마련해보고자 한다.

지난 2016년에 활발한 투자가 가능했던 것으로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는데, 첫번째는 비전문바이오 벤처캐피탈의 후기기업에 대한 투자증대와 두번째는 전문바이오 벤처캐피탈의 상장사 위주 투자다. 그 이유로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코스닥시장에서 바이오기업들이 기술특례상장으로 활발하게 상장이 되었고 이에 따라 바이오에 투자한 벤처캐피탈들이 많은 수익을 얻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기술특례상장 기업을 알아맞추기만 해도 2배, 3배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되다보니 바이오투자를 하지 않던 벤처캐피탈들도 대거 바이오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들 벤처캐피탈에는 사내 전문심사역이 부재하거나 IT를 전문으로 투자하는 회사들이었다.

문제는 이들 입장에서는 목적자체가 단기적인 수익확보에 있었기에 기술과 성공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초기기업보다는 기술특례상장 가능여부만을 판단하면 되는 프리 IPO기업 투자에 집중하였다. <표2>를 보면 많은 벤처캐피탈들이 바이오투자비중을 급격하게 늘린 것을 알 수 있다. 8개사 경우만 보더라도 2015년 대비 투자금액은 5.23배로 급증하였다. 하지만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투자실적을 보면 슈프리마, 마그나인베스트, SBI인베스트먼트, 컴퍼니케이 등과 같이 2016년에 전체투자의 30%이상을 바이오에 집중하던 투자사들이 0~4.1%에 지나지 않고 있다.

두번째로는 전문바이오 벤처캐피탈의 상장기업에 대한 투자증대이다. 전문바이오 벤처캐피탈들의 펀드 대형화에 따라 투자대상은 상장기업등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전략을 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표3>에 소개된 2016년 9월의 레고켐바이오에 대한 유상증자에는 바이오전문 벤처캐피탈 3개사가 총 350억원을 투자하였다. 이 레고켐바이오 투자 1건으로 2016년 전체 바이오투자 4686억원의 7.46%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투자금은 2016년에 크게 증가하였으나 한미약품의 라이센싱계약 변경 등에 따른 주가하락으로 인한 실망감과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공모가대비 하회하는 등에 따라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도 위축되고 있으며 실제 금액이 크게 줄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간과할 수 없는 몇가지 한국바이오산업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최근 일부 바이오전문 벤처캐피탈 및 대형 벤처캐피탈들은 해외 투자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한 배경으로는 “한국 바이오기업들은 투자할 만한 곳이 없다” 든지 “한국 바이오기업들은 기술에 비해 기업가치가 너무 높다”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듯 하다.

이같은 움직임은 한국 벤처캐피탈, 특히 창업투자회사의 존립이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하였다. 창업투자회사는 1997년 10월 1일부터 시행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근거하여 만들어졌으며, 이 법은 “기존 기업의 벤처기업으로의 전환과 벤처기업의 창업을 촉진하여 우리 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고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라고 밝히고 있다.

과연 한국 벤처캐피탈이 한국 바이오산업을 떠나 이스라엘, 미국, 영국, 중국을 근거지로 활동할 수 있을까? 또는 이렇게 투자할 만한 기업이 없다는 푸념을 하기 전에 그러한 현실에 벤처캐피탈로서 과연 책임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되돌아봤으면 싶다. 여기에서 당사가 투자한 회사의 대표이사 한 분이 설명해주신 바이오 생태계에서 벤처기업, 제약기업, 벤처캐피탈의 역할을 소개하고자 한다.<표4 참조> 우리 바이오기업 생태계는 꿀벌의 세계에 비유할 수 있는데, 지식,정보는 태양과 같이 모두에게 골고루 비춰진다. 이를 학계(꽃)에서 다양한 연구(꿀)를 수행하여 각자 고유한 형태로 보유한다. 이를 벤처기업(꿀벌)이 부지런히 채집하여 연구를 제품화시키게 된다. 이러한 벤처기업(꿀벌)을 만들어 내는 것이 벤처캐피탈(여왕벌)의 역할이며 제약회사(양봉업자)가 그 꿀을 병에 넣어서 시장에 판매한다. 매우 간결하면서도 설득력있는 비유라 할 수 있겠다. 제약회사(양봉업자)는 꿀을 직접 만들 수 없거나 매우 어렵다. 그래서 벤처기업(꿀벌)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이렇듯 벤처캐피탈은 생태계에서 여왕벌역할을 하며 벤처기업들이 탄생하고 성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 벤처캐피탈은 이러한 생태계조성에 무엇을 하였으며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할 때이다. 현실이 싫다고 바깥세상이 좋아보인다고 해외에 가서 투자하면서 해외에 있는 벤처기업(꿀벌)을 키우는 것도 의미있겠으나 이는 단지 수익만을 좇는 행위일 것이다. 과연 한국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이러한 투자가 어떠한 의미가 있을 지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벤처캐피탈은 높은 투자리스크를 숙명적으로 안고 가야하는 상황인데 리스크를 줄이고자 많은 투자대신 소수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는 것은 본분을 잊은 형국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한국벤처캐피탈이 제대로 서게끔 하는 것에는 한국벤처투자 등의 LP들의 노력도 필수적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펀드선정에 있어 과거 청산펀드 수익률과 펀드결성 가능성 만을 판단하다보니 벤처캐피탈들도 이러한 고민을 하지 않게 되었다. 수익만을 위한다면 벤처캐피탈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부도덕한 비상장주식거래업체와 다를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펀드 선정등에 있어 벤처캐피탈로서 한국산업발전에 기여한 부분을 평가하는 것을 고려해야할 것이다. 물론 수익에만 관심있는 LP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책펀드 LP라면 이러한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향후 바이오산업은 인공지능기술 등장에 따라 아날로그 의료정보의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의료체계의 변화, 신약개발에 있어 시간과 비용의 절감, 기존 산업계의 재편 등이 예상되며 이는 2000년대 초반의 IT업계처럼 격랑의 시기일 것이다. 스티브잡스가 예언했던 대로 우리는 바이오와 IT의 교차로에 서있다. 한국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최근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도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바이오벤처캐피탈의 미션을 다시 되새겨본다. “벤처기업의 창업을 촉진하여 우리 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고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