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지난해 한미약품 기술수출 해지사태는 다르게 보면 국내 바이오산업의 강화된 기초체력을 확인시켜준 계기였다. 바이오, 특히 신약개발에 대한 '회의론'이 넘쳐나고 주요 기업의 주가 역시 약세를 면치 못하는 와중에서도 역량있고 도전적인 새로운 바이오텍의 창업러시가 이어져 바이오생태계를 풍성케 한 모습 때문이다.
국내 바이오전문 벤처캐피털인 LSK인베스트먼트의 김명기 대표 역시 국내 바이오산업의 축적된 역량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산업 전체가 글로벌 수준에 근접했으며 일부 잘하고 있는 곳은 미국 기업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국내 투자업계의 1세대 바이오 전문가로 2013년 출범한 1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제약산업 육성펀드’를 성공적으로 운용해 주목받았다. 이후 작년 4월 국내 첫 바이오전문 벤처캐피털인 LSK인베스트먼트를 창업했다.
그는 2000년 초반 바이오벤처 창업 열풍 당시와 지금을 '하늘과 땅의 차이'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에는 창업을 몰랐고 신약개발 경험이 부족한 연구자가 많아 시행착오가 많았다"면서 "이제는 사업하는 분도 투자자도 많이 배웠다"고 했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와 해외 연구소 등에서 바이오산업을 경험한 연구자들이 국내에 대거 유입되면서 인력의 퀄리티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내 바이오산업에서 아쉬운 것은 글로벌 시장에 뛸만한 메이저 플레이어의 부재다. 바이오산업의 생태계의 상단에서 혁신 바이오텍의 기술을 받아주고 동반성장할 기업이 없다는 것이다. 2000년 초반 그런 면에서 LG화학의 LG생명과학 분사, 녹십자의 백신사업부 매각은 국내 바이오텍 비지니스의 한 분기점이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김 대표가 바이오산업에 천착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는 국내 제조업 기반 산업은 성장 잠재력이 고갈된 상태이며 특히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예측했다. 결국 신약 개발과 같은 잠재력있는 첨단 지식사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바이오산업에서도 제조업 기반의 바이오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보다는 신약개발이 가야할 방향으로 진단했다. 김 대표는 "정책적인 약가 인하 이슈 등으로 국내 산업에서 바이오제약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낮다는 점 역시 역으로 올라갈 여력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LSK인베스트먼트는 BNH인베스트먼트가 공동으로 산업통상자원부와 민간투자자들이 출자한 385억원 규모의 초기 바이오기업 육성펀드(LSK-BNH 코리아바이오펀드)의 운용사로 선정됐다. 초기 기업임에도 바이오투자에 대한 노하우를 인정받은 것이다.
펀드는 투자 회수에 상대적으로 장기간이 소요되는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중·후기 기업에 투자가 집중돼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창업 5년 미만의 바이오 벤처기업들에게 투자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결성됐다. 조성 총액의 45%(175억원) 이상을 창업 5년 미만의 바이오기업에 대해 투자해야 한다.
LSK는 작년 연말부터 2월초까지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 퍼스트바이오, 셀비온 등 현재 6개 기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김 대표는 "올해 1분기 3개 기업 정도 더 투자할 계획"이며 "내년 1분기까지는 10~15개 기업에 대한 투자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임상 단계가 빠르거나 경영진이 좋은 회사를 살펴보고 있다"면서 "투자 회수 기간도 2~3년 앞당기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